‘AI가 사무실로 출근한다’…테슬라 옵티머스 vs 피규어 01, 최초의 로봇 동료는 누가 될까?
사무실 탕비실에서 내가 마실 커피를 내리고, 공장에서는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며, 창고에서는 쉴 새 없이 물건을 정리하는 로봇.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였던 이 장면이,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현실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. AI가 단순히 화면 속 똑똑한 챗봇을 넘어, 인간의 형상을 한 물리적인 ‘몸’을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.
이 혁명의 최전선에는 일론 머스크의 **테슬라 옵티머스(Tesla Optimus)**와 OpenAI의 두뇌를 이식받은 **피규어 01(Figure 01)**이 있습니다. 이 둘의 경쟁은 단순히 더 정교한 로봇을 만드는 기술 대결이 아닙니다. 이는 인류의 노동과 생산성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두 거인의 철학 대결이자, ‘최초의 로봇 동료’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입니다.
과연 누가 이 경쟁의 승자가 되어 우리의 일터로 가장 먼저 들어오게 될까요? 두 로봇의 두뇌, 신체, 그리고 미래 전략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.
경쟁자 1: ‘규모와 데이터’로 승부하는 현실주의자, 테슬라 옵티머스
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화려한 기술 시연보다는, 현실 세계에 가장 빠르고 넓게 보급될 수 있는 ‘규모의 경제’와 ‘데이터’에 집중하는 현실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.
두뇌(Brain): 테슬라 FSD의 ‘현실 세계 AI’
옵티머스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테슬라 전기차의 FSD(완전자율주행) 시스템에서 비롯된 AI입니다. 전 세계 수백만 대의 테슬라 차량이 도로를 달리며 수집한 방대한 양의 실제 비디오 데이터는, 옵티머스가 예측 불가능한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탐색하는 데 결정적인 자산이 됩니다. 이는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학습하는 다른 로봇들과는 차원이 다른 ‘실전 경험’을 갖게 함을 의미합니다. 옵티머스는 인간처럼 시각 정보(Vision)를 우선으로 판단하며, 이는 복잡한 환경에서의 범용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입니다.
신체(Body):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둔 설계
옵티머스의 디자인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‘아틀라스’처럼 곡예에 가까운 민첩함을 보여주진 않습니다. 대신, 테슬라는 로봇의 구동 장치인 액추에이터와 각종 부품들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하여, 수백만 대를 찍어낼 수 있는 대량 생산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. 이는 장기적으로 로봇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, 공장과 가정에 빠르게 보급하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.
전략(Strategy): 공장에서 시작해 가정으로
일론 머스크의 계획은 명확합니다. 먼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(Gigafactory)에 수천 대의 옵티머스를 투입하여,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입니다. 이는 로봇의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할 수 있는 완벽한 테스트베드이자, 동시에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. 이 단계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,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무실, 병원, 가정을 위한 범용 로봇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.
경쟁자 2: ‘최고의 두뇌’를 이식받은 엘리트, 피규어 01
피규어 AI의 ‘피규어 01’은 로봇 스타트업이지만, 그 뒤에는 챗GPT를 만든 OpenAI라는 막강한 파트너가 있습니다. 최고의 AI 두뇌를 이식받은 피규어 01은 정교함과 지능을 무기로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습니다.
두뇌(Brain): OpenAI의 ‘거대 언어 모델(LLM)’
피규어 01의 두뇌는 OpenAI의 최신 멀티모달 거대언어모델(LLM)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. 이는 피규어 01이 단순히 ‘컵을 집어라’와 같은 직접적인 명령을 넘어, “나 배고픈데, 먹을 것 좀 줄래?”와 같은 인간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언어를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게 만듭니다. 실제로 공개된 영상에서 피규어 01은 이 말을 듣고 테이블 위의 사과를 인식한 뒤, “이 사과를 드릴게요”라고 대답하며 건네주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. 이는 로봇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.
신체(Body): 인간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정교함
피규어 01은 테슬라 옵티머스보다 더 부드럽고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. 특히 인간의 손과 같이 5개의 손가락을 이용해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. 이는 복잡한 조립 라인이나 물류 창고에서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다루는 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.
전략(Strategy): 물류와 유통, 명확한 B2B 타겟
피규어 AI는 처음부터 명확한 B2B(기업 간 거래)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. 특히 인력 부족이 심각한 물류, 창고, 소매업 등이 주요 타겟입니다. 최근 자동차 제조사 BMW의 생산 라인에 투입하기로 한 계약은, 이들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. 특정 산업 분야에서 확실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점차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입니다.
진짜 승부처: 하드웨어를 넘어 ‘사회적 지능’으로
두 로봇의 기술적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, 결국 이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동일합니다. 바로 **'사회적 지능(Social Intelligence)'**의 확립입니다. 잘 통제된 공장이나 연구실과 달리, 우리의 일상과 사무실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합니다.
갑자기 울리는 화재 경보,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, 동료가 무심코 바닥에 쏟은 커피 등 수많은 ‘돌발 상황(Edge Case)’에 로봇이 어떻게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? 이는 단순히 뛰어난 하드웨어나 AI 모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, 인간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과 상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영역입니다. 결국 최후의 승자는 가장 효율적인 로봇이 아니라, 인간이 가장 신뢰하고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로봇이 될 것입니다.
결론: 그래서, 내 책상 옆 로봇 동료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?
테슬라 옵티머스와 피규어 01의 대결은 아직 승자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. 테슬라는 규모의 경제와 방대한 현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전에서 유리하고, 피규어는 최고의 AI 두뇌와 빠른 실행력으로 단기적인 상용화에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.
한 가지 확실한 것은, 이들의 경쟁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로봇 동료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는 점입니다. 아마도 향후 2~3년 내에 우리는 공장이나 물류 창고에서 이 로봇들을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며, 조금 더 복잡한 환경인 사무실이나 가정에 보급되는 데는 5~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됩니다.
로봇 동료의 등장은 단순히 노동의 자동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. 이는 우리 인간에게 ‘당신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?’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. 다가오는 시대,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반복적인 업무 처리 능력이 아닌, 창의력과 전략적 사고, 그리고 공감과 소통 능력 같은 가장 인간적인 가치가 될 것입니다.